한림패스파인더

한림대학교 교수들로 구성된 각 분야 전문가 집필진이 정책칼럼을 게재 및 공유하는
집단지성 정책제안 프로젝트입니다. (도헌학술원 R&D 기획)

  • 공공정책
  • 한림패스파인더
  • 한림패스파인더 칼럼

북한의 우크라이나 참전 그리고 한반도: 연합이론적 함의

페이지 정보

  • 최고관리자
  • 25-04-24
  • 78 views
  • 제5호

본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뉴스를 접하다 보면 70여 년 전 한반도의 전쟁을 떠올리는 게 된다. 북한군(조선인민군)의 남한 침공, 미군을 위시한 유엔군의 참전, 중공군(중국인민지원군)의 참전, 종전을 공약한 아이젠하워의 미국 대통령 당선, 남한 침공을 승인한 스탈린 소련공산당 서기장의 사망, 한미 동맹(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의 약속 등 여러 전환점을 겪으면서 정전에 이르렀듯이, 러우 전쟁도 어떤 형태로든 종결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반도 안보와 관련되어서는 북한-러시아 관계, 특히 북러 동맹(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이 주목을 받아 왔다. 러우 전쟁이 진행 중이던 2024년 6월 19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러 동맹에 서명하였다. 모스크바에서 비준서가 교환된 12월 4일부터 효력을 발생하였고 2000년 2월 9일에 체결한 ‘조러선린협조조약’을 대체하였다고 로동신문에 보도되었다. 즉 1961년 6월 체결된 북한-소련 간 군사동맹이 1990년대 해지되었다 다시 복원된 것이다.

2024년 말 북한군은 실제 참전하였으며 북한 참전의 여러 파급효과가 언급되고 있다. 북러 동맹은 한반도 안보 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전망부터,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만 작동할 뿐 한반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전망까지 서로 대립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러우 전쟁이 발발한 지 3년이 넘다 보니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서도 적지 않은 해석과 전망이 쏟아져 왔는데, 이 글은 다른 글과 차별되도록 연합이론의 관점에서 국내적 연합의 차원, 개별적 동맹의 차원, 체제적 동맹의 차원으로 나눠 서술하고자 한다.


먼저, 국내적 지배연합의 차원이다. 선출인단(selectorate) 이론은 정권의 획득 및 유지에 필요한 이른바 지배연합이 작은 국가에서는 공공정책 대신 주로 현금과 같은 사유재의 주고받기가 이뤄진다고 본다(김재한, “선출인단 이론과 북한 핵 문제” 『통일전략』, 2018). 다수를 만족시키는 데에는 비경합적·비배제적 공공재가 효율적이지만, 소수를 만족시키려면 경합적·배제적 사유재가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선출인단 이론에서 지배연합이 매우 작은 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북한의 정권에 필요한 재화는 사유재다. 권력자가 구성원으로부터 충성자금을 받고 또 구성원에게 통치자금을 주는 정권 유지 방식에 부합되어야 북한과의 동맹 체결과 지속적 유지가 용이하다.

북한이 파병으로 얻은 혜택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으나,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거의 철폐시키고 식량, 에너지, 대공 미사일, 방공망 등 여러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병의 직접적 대가는 현금이다. 개성공단 노동자 1/5 정도의 파병 인원에 러시아의 용병 급여 수준을 적용하여, 북한의 우크라이나 참전 수입이 개성공단 현금 수입의 2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마도 북한은 러시아가 이용 중이던 기존 용병보다 싼 가격에 전투병을 제공했을 것이고, 특히 수천 명에 이른다고 보도된 북한군 사상자에 대한 1인당 보상액은 기존의 용병 사상자보다 훨씬 작았을 것이다.

종전 협상에 즈음하여 북한군의 추가 파병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하지만, 종전 협상을 앞두고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군사적 공세는 더욱 거칠어지는 게 합리적 추론이자 역사적 관찰이다. 그런 압박을 우크라이나에 가하려는 러시아, 그리고 장이 파하기 전에 팔 수 있는 서비스를 더 팔려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면, 북한군 추가 파병은 이루어질 수도 있다. 또 북한군 포로 문제를 포함한 여러 사안에서 북한의 요구가 다뤄질 수 있다. 70여 년 전 대만으로 간 중공군 포로처럼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 갈 수 있을지는 협상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다음, 개별 동맹의 차원이다. 북러 동맹의 제4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북러 동맹은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의 참전을 의미할까? 나폴레옹전쟁 종식 이래 모든 동맹 및 전쟁을 집계해보면, 교전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국가는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참전 가능성이 훨씬 컸다. 그런데 동맹국이 참전한 사례는 많지만, 동맹국이 전쟁에 불참한 사례는 더 많다. 이러한 동맹국 불참 사례 때문에 동맹은 종잇장에 불과하다고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다가 동맹 때문에 전쟁 자체가 발생하지 않아 아예 참전 행위가 관찰되지 못한 사례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동맹의 참전 효과는 관찰 사례의 단순한 통계분석보다 훨씬 더 유의한 걸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타국을 따라 참전하는 경향뿐 아니라 타국의 잠재적 참전 가능성을 의식하여 전쟁에 불참하는 경향도 있다(Chae-Han Kim, “Third-Party Participation in Wars,” Jounrnal of Conflict Resolution, 1991).

동맹 체결은 네 가지의 경로를 통해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 1) 위기 시에 동맹국의 힘으로 잠재적 적국의 침공을 억지하는 경로, 2) 전쟁이 났을 때 동맹국 원조를 받아 적국의 침공을 방어하는 경로, 3) 동맹국의 전쟁에 개입되어 자국으로 확전되는 경로, 4) 동맹국의 직접 개입을 당하는 경로 등이다. 동맹은 기회이자 위협인 양날의 칼이다.

북러 동맹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가뿐 아니라 한반도 전쟁 발생 시 러시아군의 참전 가능성도 높인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군의 한반도 유사시 개입은 확실하지 않고 당시 러시아 국익 또는 러시아 지도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질 것이나, 개입 가능성이 북러 동맹의 체결로 더 커졌음은 분명하다. 다만 냉전 시절에 그랬듯이 러시아나 중국의 간섭을 꺼리는 북한으로서는 북러 동맹으로부터 긍정적 효과만 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끝으로, 동맹의 체제 또는 지역 차원이다. 개별 동맹의 효과와 달리, 전쟁이 여러 국가로 확대되는 여부는 교전국의 동맹국 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대신에 동맹에 가입한 국가의 수, 동맹으로 묶이는 블록의 수, 동맹의 구조균형성이 증가함에 따라 전쟁이 확대되는 경향이다. 초기 교전국의 동맹은 제3국의 승전국 편승을 억제하고, 또 제3국의 참전은 도발국이 이길 가능성을 낮춘다(Chae-Han Kim, “Alliances and War Expansion: An Old Puzzle Revisited,” Journal of Peace and Unification, 2025).

적의 적은 친구라는 구조균형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관찰되고 있다. 북한의 참전 이후 우크라이나는 남북한 간 적대관계에 기초한 메시지를 종종 한국에 던졌다. 예컨대, 향후 북한이 한반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의 시험장으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활용하고 있고 또 북한군의 참전이 새로운 한반도 전쟁의 연습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의 군사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한반도 유사시 초기 교전국의 동맹이 하나 더 늘었다고 해서 한반도 확전 가능성이 그만큼 증대되는 것은 아니다. 동맹 간의 상호억제적 효과 때문에 전쟁이 아예 발생하지 않거나 설사 전쟁이 발생하더라도 확전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에, 북러 동맹 체결로 인해 구조균형성이 냉전 시대처럼 증대한 만큼 동북아시아의 확전 가능성은 늘었다고 볼 수 있다. 

북러 동맹은 국제사회에 여러 우려를 던져주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는 러시아 그리고 남한을 침공한 적이 있는 북한 간의 동맹으로 인해 침략국에 대한 집단안보적 대응이 느슨해졌다는 점에서다. 이론적 경로로 설명하자면, 초기 교전국의 동맹이 많을수록 편승적 확전 가능성은 작아지므로, 북한이 걸프전쟁의 이라크처럼 여러 국가를 상대로 혼자서 전쟁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은 북러 동맹으로 인해 작아졌다고 볼 수 있다.


-
김재한(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