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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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관리자
- 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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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컬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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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라는 말이 대학교 구성원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던 2023년, 교육부는 지역과 동반 상생하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할 대학 30개를 선정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발표하였다. 많은 대학들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사활을 걸고 계획서를 준비하였고 교육부는 한림대를 포함한 10곳을 2023년에 선정하였다. 이 결과는 한림대가 지금까지 추진한 혁신과 AI를 결합한 미래 교육계획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결과로 볼 수 있다.
다른 대학과 다르게 한림대는 ‘대학의 해체와 재조립’, ‘AI를 통한 교육혁신’, 지산학 협력을 통한 ‘창조와 혁신의 고리’, 지역에 대학의 벽을 허문 ‘열린 대학’ 등의 세부과제를 수행하여 ‘K-고등교육모델’을 정립하려는 실행계획서가 교육부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글에서는 한림대가 가진 글로컬대학30의 경쟁력을 과거의 노력, 현재의 진행상황과 미래 변화상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오늘의 성취가 어제의 노력 없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글로컬대학30 사업을 미리 예견한 것은 아니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한림대는 학사구조의 개편을 위해 10여 년간 많은 시도를 경주해 왔다. 그간 학사구조 개편의 방점은 학생의 전공 선택권 확대에 찍혀있다. 그 첫 발걸음은 복수전공의 의무화로 내딛어 모든 학생들이 주전공 이외에 복수전공을 이수하게 하였다. 하나의 전공에서 갖추기 힘든 융복합 분야의 소양을 쌓게 하거나 두 개의 전공 지식을 함양시켜 차별화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학생의 전공선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전공박람회를 열었고 모든 학과가 홍보부스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각 전공이 가진 경쟁력을 홍보하는 장이 만들어졌고, 학생은 여러 부스를 방문하여 자신에게 적합한 복수전공을 찾았다. 이러한 모습은 한림대에서는 흔한 풍경이 되었다.
기존의 학과 중심의 전공에서 소화하기 힘든 교과과정을 9학점 정도로 구성된 마이크로 디그리라는 제도로 만들었다. 하이테크 분야, 산업체 수요 분야 등의 과목을 개설하여 새로운 제도를 촘촘히 메꾸려는 노력은 쉼 없이 지속되었다. 이제는 여러 개의 마이크로 디그리를 묶어서 이수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추었으니, 타 대학교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과목의 개설이 시장의 원리에 의해 생성, 발전, 도태되는 생태계를 갖추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적자생존의 자연환경과 유사한 모습이다. 이런 교육 생태계 진화의 마지막 단계로 학생 스스로 과목의 조합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생성하고 학교로부터 인증받는 ‘자기설계융합전공’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교수자는 교육의 일방적인 공급자로, 학생은 교육의 수동적인 수요자로 역할하던 지난 수십 년간의 대학교육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변화이다.
대학 신입생을 뽑는 단위를 학과에서 광역화한 것도 한림대가 추구한 혁신의 한 축이다. 대학 신입생이 각 학과의 강의 내용, 졸업 후 진로 등을 모두 알고 학과를 선택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학생의 학과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모집단위를 광역화하고 2학년이 되어 학과를 정하는 방식이 경영대학 등에서 시행 중이다. 또한 학과를 졸업 이전까지 바꿀 수 있게 하여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찾아가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는 교육부가 최근 추구하는 무전공의 확대와 맥이 통하는 지점이다.
전술한 과거의 노력은 현재의 한림대를 다른 대학교와 차별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하였다. 전공 선택권이 학생에게 주어진 이후에 각 학과는 매력적인 교육 내용을 효과적인 교육 방식으로 전달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내 교육을 혁신하기 위한 부서에서는 한림대 만의 교육모델(교육방법)을 찾기 위한 활동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플립러닝(HA-FL), 블렌디드러닝(HA-BL), 인공지능 적응형 학습(AI-AL), e+ 문제기반 학습, e+ 프로젝트기반 학습, H-MetaVersity 등 이미 다른 학교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정도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모델을 개발하여 시행 중이다. 이 중 교육부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HTHT(High-Touch, High-Tech) 교육모델은 학습자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교사의 하이터치와 AI, 메타버스 등 최신 기술을 교육에 도입하는 교육모델로 한림대가 선도 역할을 담당하여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Champion 대학으로 선정된 교육방식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교육모델의 개발과 운영은 한림대의 글로컬대학30의 주요 과제인 AI 교육모델의 초기 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각 학과에서는 마이크로 디그리를 개발하여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려고 애쓰고 있다. 예를 들어 춘천에 위치한 레고랜드와 협업하여 학생들의 현장실습 기회를 부여하고 강의에 현업의 전문가가 직접 실무강의를 맡는 레고랜드 마이크로 디그리가 경영학과에서 개발되어 운영될 예정이다.
전통적인 단과대학-학과의 구조 변경도 진행 중이다. 학내의 단과대학-학과을 아우르는 연구원 3곳을 신설하여 융합연구, 융합교육을 실천 중이다. 인문사회융합연구원은 인문사회 융합연구와 교육의 중심축이며 AI융합연구원은 AI 기반 다학제 연구, 교육을 위한 메카로 성장하고 있고, 한림대의 강점인 의료와 바이오 분야를 결합한 의료∙바이오융합연구원은 기초의학에서 임상 및 바이오 분야를 아우르는 협업을 주도할 전진기지가 되고 있다. 단순히 이러한 융합연구원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외부의 전문가(병원장, 기업체 인사)를 원장으로 영입하여 기존 교수 중심의 학내 조직과는 다른 방식으로 신선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컬대학30의 큰 주제가 ‘대학발 지역혁신’으로 대학이 과거와는 다른 지역혁신의 주체가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한림대는 LINC+ 사업을 10여 년간 수행하면서 기업과의 협업을 넘어 지역혁신 중심 사업을 수행한 경험을 보유 중이다. 또한 춘천시와 인사교류로 협력관 1인을 상호 파견하여 공동의 사업을 기획하고 수행 중이다. 춘천시의 현안문제를 파악하고 대학의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대학협력과제는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 모든 시군의 혁신을 특정 지역에 편재한 대학이 혁신적으로 주도하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한림대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통해 ‘한림 M-Campus’를 구축 중이다. M-Campus는 도내 여러 지자체나 산업단지의 공간을 배정받아 대학 주도로 협업, 교육, 캡스톤 디자인, 자문, 창업 등을 수행할 수 있는 Multi-Role Branch이다. 이미 동해시, 횡성군, 인제군 등과 구축이 진행 중이며 현판식을 갖는 등 구체화된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AI 활용 교육 혁신 또한 한림대의 글로컬대학30 계획서의 주요 축이다. 한림대 만의 AI 기술의 개발과 외부 기술과의 협업, 성과 분석과 확산을 위한 AI-EduTech 센터도 가동에 들어갔다.
한림대의 미래 모습은 어떨까? 사실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실행계획서가 충실히 이행된다면 학생들은 스스로 전공을 선택/설계하고 AI 교수가 가르치는 수업을 듣고, AI 튜터에게 질문하여 답을 얻고, AI가 조언한 과목 설계와 진로 설계를 참고하며, AI가 첨삭한 자기소개서로 회사에 지원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교수는 3개의 큰 분야로 나뉜 융합클러스터에 소속되어 타 분야의 교원과 자연스럽게 융합될 수 있는 환경에서 교육과 연구가 수행될 것이다. 새로운 분야의 교원 임용이나 강의 개설은 학과의 판단이 아닌 융합클러스터가 학문과 기술의 변화 및 과목의 적절성을 판단하여 결정하는, 새로운 거버넌스가 지배하는 대학이 될 것이다.
필자가 희망하는 미래의 가장 큰 변화상은 한림대를 방문하는 국내외 교육기관에서 한림대의 ‘K-고등교육모델’의 도입의사를 밝히고 꼭 도와달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30년 전 그 누가 K-POP, K-Contents, K-Food 열풍을 예견했겠는가? 새싹을 심은 사람이 열심히 가꾸어 나가면 묘목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숲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과거에 수행한 한림대의 변화는 이미 새로운 싹을 틔웠고 묘목으로 자라는 중이다. 이제는 풍성한 햇빛과 거름을 주어 큰 나무로 키워서 ‘K-고등교육모델’이라는 숲을 만들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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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석(한림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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