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패스파인더

한림대학교 교수들로 구성된 각 분야 전문가 집필진이 정책칼럼을 게재 및 공유하는
집단지성 정책제안 프로젝트입니다. (도헌학술원 R&D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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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대학으로서의 성찰과 모색 ― 지역공동체의 진정한 일원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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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관리자
  • 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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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컬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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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대한민국 대학가의 가장 뜨거웠던 이슈를 꼽으라면 글로컬대학 사업일 것이다. 새로운 정부의 교육 정책 중에서도 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졌다. 이렇게 된 이유는 사업의 필요성이나 방향성보다는 하나의 대학에 5년이란 짧은 기간에 1,000억 원이라는 큰 액수가 지원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수도권 외의 많은 지역의 소멸 문제가 시급한 국가적 과제가 된 현재의 심각한 상황도 한몫했을 것이다. 2023년 이른 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거의 모든 비수도권 지역 대학들은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고, 늦가을이 되어서야 10개 대학이 결정됐다. 우리 대학은 어려운 레이스를 무사히 마치고 주어진 10개의 자리 중 하나를 당당히 차지했다. 공식 발표 하루 전 학교에 퍼진 선정 소식에 느꼈던 안도감과 기쁨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제안서 준비를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은 학교 관계자들과, 선정 이후 본격 사업 수행을 위해 불철주야 일하고 있는 관계자들에게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글로컬대학으로서의 성찰과 모색’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두 가지 마음이 있어 잠시 고민했다. 하나는 글을 많이 써 본 경험이 없는 공학자인 필자가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 다른 하나는 그래도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 학교의 글로컬대학 제안서를 살펴봤기에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을 이 기회에 정리하면 좋겠다라는 마음이었다. 결론적으로 원고 요청을 수락했다. 글의 정체성도 모호하고 쳬계성과 논리성이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글로컬 사업을 수행하는 한림대학 공동체의 멤버로서 이 사업 수행을 통해 우리 학교가 정말 이런 학교가 되면 참 좋겠다는 개인적 소망을 두서없이 쓴 이야기 정도로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글로컬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글로컬대학 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지역의 혁신과 발전’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도 16개의 세부과제 중 반 이상인 9개의 세부과제가 지역 산업의 발전과 혁신을 만들고 지역의 시민들에게 대학이 가진 자원을 공유하는 내용이다. 하나 하나의 세부과제들이 모두 참신하고 대담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7년여간 우리 학교가 수행해 왔던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 사업)의 경험이 있었기에 이런 제안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과제들이 계획대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잘 될 것으로 믿지만, 이 과제들을 수행할 때 꼭 고려해 주기를 바라는 내용을 얘기하고자 한다.

  글로컬대학 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통해, 우리 학교가 좁게는 춘천시로부터, 더 넓게는 경기 동부와 강원영서 지역, 그리고 강원도 전 지역의 많은 사람에게 우리 학교를, 더 정확하게는 한림대학의 사람들을 자기들 공동체의 진짜 멤버로 인정하게 되길 필자는 소망한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진짜 멤버’의 기준은 아마 공동체마다 또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러 공동체에 속했던 경험을 통해 나 또는 다른 이를 멤버로 인정하려면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간 동안 여러 경험을 함께 공유하며 동일한 기억과 감정을 가져야 하는 것을 안다.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어떤 특정한 조직 혹은 마을 공동체가 우리 학교 구성원(교원일 가능성이 높다)과 특정한 공동의 경험을 가지며 서로를 알게 되었다면 어느 정도는 멤버로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소망을 실현하는 데는 모든 일의 중심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과제의 목표와 성과가 무엇이든지 간에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우리 학교의 구성원 및 지자체 공무원, 기업체 직원 및 일반 시민들―간에 거리를 줄이는 시도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정도가 넓고 깊을수록 그 사람들끼리의 공동체성은 강해진다. 우리가 지역 내의 여러 공동체의 진짜 멤버로 인정받기 위해서, [III. 창조와 혁신의 고리] 과제의 「7. 한림 마이크로캠퍼스 구축 및 운영」과 「8. 창의적 지산학협력 실현」과제에 대한 희망 사항을 정리한다.

  이 두 과제는 지산학 협력 활동에서 기존 문제를 가진 기업과 지자체가 학교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소극적 자세를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가 먼저 찾아가겠다는 의지를 잘 보여준다. 지역의 문제를 발굴, 해결하고 지역 산업체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의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중요하고도 필요하다. 이런 모든 일들은 다른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을 만날 때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학교 안의 사람들 특히 교수들이 학교 밖의 다양한 사람들과 더 많이 만날 수 있도록 동기와 기회를 제공해 주기를 바란다. 제안서에 기술된 것과 같이 기업과 지역을 위한 기술혁신 지원이나 사회문제 해결 방법의 제안, 교육 서비스 제공처럼 일방적으로 우리가 주는 사업과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우리 대학의 사람들과 지역의 여러 공동체의 사람들의 만남 자체를 가장 큰 성과로 평가하는 여러 프로그램도 기획, 운영되면 좋겠다. 여러 현실적 어려움이 있겠지만 적절한 지원 방안이 마련된다면 학내 교원들이 학교 바깥의 여러 그룹의 사람들과 만나는 기회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그룹보다 다양한 흥미와 가치를 가진 집단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렇게 학교 밖의 사람들과 만날 때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능력을 갖추도록 적절한 도움과 지원이 제공되기를 바란다. 지역공동체의 멤버가 되려면 그들과 같은 높이의 눈으로 그들과 만나야 한다. 같은 높이의 시선으로 지역의 문제와 어려움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그들과 공동의 기억과 경험을 가지게 되어 공동체 멤버가 될 수 있다. 이런 능력은 필자 자신을 포함해서 많은 교원들이 부족할 수 있다. 심지어 눈높이를 맞출 필요조차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공동체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때 그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실질적 역량을 갖추도록 돕고 지원하는 체계와 방법이 제공되면 좋겠다. 만약 우리 대학의 많은 구성원이 이 역량을 적절하게 가진다면 지산학 협력 역량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본업인 학생들을 코칭하고 가르치는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도 크게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영역의 세부과제 중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정규 교과목으로 운영하는 사업도 있다. 우리 학생들이 실제 지역의 문제들을 공부하고 자신의 전공 역량을 이용하여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현장과 현실 사정을 잘 아는 전문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 관련 사업을 수행할 때 참여하는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만나기 어려운 그룹의 사람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확대 제공하면 좋겠다. 나이 차이가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자신의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의 만남 등 평상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의견을 나누게 된다면 아직은 변화와 발전 가능성이 많은 젊은 학생들이 신선한 자극을 받고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배움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의 문제를 일부 담당자가 듣고 정리하여 학교로 갖고 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학생들이 현장을 보고 그곳 사람들과 만나 대화한다면 문제 자체가 아니라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볼 수 있는 지혜를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지역 연계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제에서도 우리 학생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공급자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을 고려하면 좋겠다. 이런 경험은 자신들이 배운 전공지식을 더 깊게 이해하는 긍정적 교육적 효과뿐만이 아니라, 피교육자가 되는 지역의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말 바라는 것이 있다. 우리가 이제부터 하고자 하는 도전은 지금껏 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기에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실패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과 여유 있는 자세로 무장하자. 이런 무장을 통해 앞으로 맞닥트릴 실패가 우리를 실망시키고 좌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과 지식을 얻는 경험이 되도록 노력하면 좋겠다. 더불어 글로컬대학 사업의 16개 세부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학내외의 여러 갈등이 우리를 퇴보하게 하고 주저앉게 만들지 않고 우리 학교의 변화를 혁신으로 전환시키는 긍정적 에너지로 사용되길 소망한다. 

  10여 년 후 우리 학교의 정체성은 다음의 문장으로 설명될 것이다.

  한림대학교는 지역 혁신을 선도하는 글로컬대학이다. 한림대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은 지역의 여러 공동체의 장점과 단점, 겪고 있는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강원특별자치도의 많은 사람들은 한림대학교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중요한 일원임을 확신하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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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우(한림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前 정보과학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