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대학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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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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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를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AI의 역사적 궤적에서 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기술이 만들고 있는 변곡점을 경험하고 있다. 미국 전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구글 전 회장 에릭 슈밋, 그리고 AI 전문가 대니얼 허튼로커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ChatGPT는 지적 혁명을 예고한다’라고 이 현상을 표현했다. 그리고 ‘인간의 사고’와 ‘인간과 기계의 협응’이라는 개념을 잘 정의하는 것이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주장했다. 이 관점에 따르면 ‘대학과 인공지능의 협응’ 가능성을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찾는 것이 대학이 AI 시대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요구에 맞추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자율적으로 생성하는 AI이다. 전문가가 그렸을 법한 예술적인 그림과 그래픽을 제작하고, 실사와 구분하기 어려운 사진과 동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복잡한 음악을 작곡하고, 다양한 악기들의 합주 소리를 생성하고, 사람이 부른 노래와 구별할 수 없는 노래를 만들기도 한다. 100개에 가까운 언어로 거침없이 글을 쓰기도 하고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번역도 능숙하게 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코드를 생성하기도 한다. 생성형 AI는 인간의 창의적 활동의 결과물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결과물을 생성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자연계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단백질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2022년 11월 30일 ChatGPT의 공개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생성형 AI라는 개념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미국 기업 OpenAI가 웹 서비스로 공개한 ChatGPT는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인간과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ChatGPT는 생성형 AI 중에서 자연어 처리 분야에 특화된 AI이다. ChatGPT는 인터넷 역사상 가장 빠르게 1억 가입자를 달성한 서비스라는 기록을 세웠다. 올해 7월에 출시한 ‘인스타그램 쓰레드’ 서비스가 1억 명이 가입할 때까지 소요된 시간을 단 이틀로 갱신하여 ChatGPT의 최단 기록을 넘을 때까지 ChatGPT는 이 부문에서 선두를 유지했다.
ChatGPT가 대중에 공개된 직후, ChatGPT의 전례 없이 빠른 확산 속도와 잠재 능력은 많은 교육자의 관심을 끌었다. 일부 교육자들은 ChatGPT의 학습지원 잠재력에 주목했다. 반면 ChatGPT의 도움이 학생들의 학습 기회를 방해할 가능성과 ChatGPT가 제공하는 정보의 부정확성이 미칠 악영향에 우려를 표하는 교육자들도 있었다. ChatGPT 사용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면 기존 학교 교육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통합 교육구는 학교 네트워크에서 OpenAI의 웹사이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처했다. 미국 뉴욕시를 포함하여 다수 교육구의 공립학교도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ChatGPT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실효가 없는 미봉책이었다. 일부 학교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을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많은 사람이 ChatGPT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ChatGPT 활용 사례가 공유되기 시작했다.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입력했더니 적절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고, 오류가 포함된 프로그램을 입력하고 잘못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더니 오류를 찾아 이유를 설명하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주었다는 경험담이 공유되었다. 미국 북미시간 대학의 세계 종교 수업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보고서를 제출한 학생이 ChatGPT의 도움을 받아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와튼 MBA의 크리스천 터위시 교수는 자신의 수업 학기말 고사 문제를 ChatGPT에 풀게 한 답을 채점했더니 B와 B- 사이의 수준이었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미국 의료 면허 시험 문제는 합격 수준에 약간 못 미치는 점수를 받은 내용(나중에 성능이 개선된 ChatGPT-4는 상위 10% 성적을 얻었다)과 미국 법학 전문 대학원 시험에 합격 수준의 답을 만들어 낸 사실 등 ChatGPT의 능력을 검증하는 사례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한국의 대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겨울 방학 계절학기 수업에서 ChatGPT를 사용해서 쉽게 A+를 받았다는 경험담이 공유되었다.
온라인 사교육 업체는 ChatGPT의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의 대표적 온라인 교육 입체인 체그의 주요 사업 모델은 학생들의 숙제를 도와주는 것이다. 체그에서 숙제 풀이와 보고서 작성을 문의하던 학생들이 ChatGPT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체그 사이트 접속자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올해 5월 실적 발표에서 ChatGPT가 체그의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체그의 주가가 하루 만에 반으로 떨어져 시가총액 10억 달러가 사라졌다. 사업 모델이 체그와 유사한 다른 교육 업체의 사정도 이와 비슷했다.
전 세계의 많은 대학이 ChatGPT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해졌다. 일부 발 빠른 대학은 ChatGPT 사용에 대한 지침을 만들어 배포했다. 그러나 이런 지침이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되었을 때 ChatGPT가 학습 과정이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살필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학생 관점에서 보면 ChatGPT는 수년간 활용되어 온 온라인 과외 업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유사하다. 온라인 교육 서비스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지 않았던 대학이 ChatGPT에 대한 사용 지침을 제정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기술은 진보를 거듭한다. ChatGPT도 예외가 아니었다. 초기 GPT-3.5 기반의 서비스에 GPT-4 기반 서비스가 추가되어 자연어 이해 및 생성 성능이 향상되었다. ChatGPT의 초기 버전에서 발견된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환각(hallucination)’이라는 용어로 포장된 거짓 정보를 매우 자신감 있는 어조로 제공하는 현상이다. ChatGPT의 또 다른 단점은 간단한 산술 연산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는 것이다. ChatGPT가 연산에 약해서 틀린 연산 결과를 맞는 것처럼 제시하는 것도 일종의 환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환각 현상은 ChatGPT만의 문제라기보다는 GPT와 같이 통계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언어 모델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환각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 즉 잘못된 정보의 양을 줄이기 위해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방법의 하나가 ChatGPT가 잘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외부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방법이다. ChatGPT는 플러그인을 통해서 최신 정보에 접속하거나, 계산하거나, 타사의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이미 ChatGPT 플러그인 생태계에 상당히 많은 플러그인이 등록되어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플러그인이 추가되면 생태계가 더 풍성해질 것이다.
ChatGPT에 대한 논의가 성숙하면서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대화형 언어 AI의 장점을 교육에 접목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오늘날 대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강의형 수업 방식은 산업혁명 초기에 확립된 대중 교육 체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학생 개인별 일대일 맞춤 교육은 애초에 불가능한 체계이다. 하지만 전문 지식을 갖춘 AI 튜터가 각 학생의 고유한 학습 요구에 맞춰 개별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생성형 언어 AI를 활용한다면 이런 튜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교육에 생성형 언어 AI를 통합하는 방법은 학생들을 위해 초개별화 학습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미국의 네 교육 기관의 사례는 GPT를 활용하여 개별 학생들에게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이다.
지난 6월, 미국의 하버드대학교는 2023년 9월 학기부터 컴퓨터과학 입문 교과목에 GPT를 활용하여 개발한 AI 튜터를 적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예일 대학도 하버드대학교에서 개발한 AI 튜터를 공동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버드대학교의 이 과목 담당 교수인 데이비드 말란은 AI 튜터 도입 효과를 “학생들은 AI를 사용하여 코드의 버그를 찾고, 학생 프로그램 설계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익숙하지 않은 코드 줄이나 오류 메시지를 설명하고, 개별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된다”라고 설명한다. ChatGPT에 문제를 물어보면 즉각적으로 상세한 답을 알려주지만, 하버드대학교에서 개발한 AI 튜터는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모든 답을 한꺼번에 알려주지 않고 단계별 답을 주며 답을 주는 시간 간격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학기가 지나면 AI 튜터의 구체적인 성능과 교육 효과가 알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칸 아카데미도 GPT를 활용하여 개발한 ‘학생들을 위한 AI 튜터’와 ‘교사들을 위한 AI 조교’ 칸미고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사의 경우, 칸미고는 정답과 교수법을 설명하고, 수업 계획을 돕고, 진도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종합적인 교육 보조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교사는 학생과의 일대일 상호작용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코세라(Coursera)도 생성형 AI 기술을 사용하여 학습자의 학습을 돕는 가상 코치를 올 연말에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코세라에 따르면, 가상 코치는 학습자가 특정 개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빠른 비디오 강의 요약과 추천 클립과 같은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ChatGPT가 대학의 행정 업무 효율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일본 지방 정부의 시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행정 업무의 효율성을 향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ChatGPT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국가는 일본이다. 지난 6월,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는 행정 업무에 ChatGPT를 공식적으로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요코스카 시청 직원들은 한 달간의 시험 사용 결과 업무 효율성 향상과 업무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요코스카시는 생성형 AI를 시험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일본 최초의 지방 정부가 되었다. 일본 도쿄도도 2023년 8월 23일부터 일부 업무에 생성형 AI의 사용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약 5만 명의 직원이 문서를 요약하고 기획안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ChatGPT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의 공무원들은 생성형 AI를 사용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의 AI 문해력 역량을 제고하고 AI의 잠재력을 탐구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진행됨에 따라 축적된 경험은 다른 지자체에서 공공 서비스 제공과 조직의 효율성을 향상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OpenAI가 ChatGPT를 출시했을 때만 해도 회사 내부의 그 누구도 이 제품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MIT 기술 리뷰에 의하면, OpenAI의 한 정책 담당자는 “단지 2년 전의 기술을 좀 더 다듬은 버전으로 대중의 피드백을 수렴하여 결함을 보완하려는 '연구 미리보기'로 간주했다”라고 한다. ChatGPT 출시 후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변화가 ChatGPT의 등장으로 시작된 변화의 사례들이다. AI 현황에 대한 2023년 연례 매킨지 글로벌 설문조사 보고서는 2023년을 생성형 AI의 폭발적 성장의 해로 표현하였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생성형 AI 기술이 이제 막 시작하는 초기 단계의 기술이고 앞으로 그 잠재력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023년은 생성형 AI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해이자 고등교육기관이 생성형 AI 기반 학습 기능 도입을 시도한 원년이다. 앞으로 우리는 AI와 공존하며 세상을 살아야 한다. ChatGPT가 지적 혁명을 예고하는 AI 시대에 고등교육의 AI 대전환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다. ChatGPT와 같은 언어 AI는 학생의 초개별화 학습을 가능케 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활용 가치가 크다. 대학은 AI 기술을 교육체계에 적극적으로 통합하여 AI 시대에 적합한 교육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학이 교육에 AI 기술을 통합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지난 6월에 교육부는 2025년부터 초·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 세계 최초로 AI 기반 디지털 교과서를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이 성공적으로 실행된다면 5년 후부터 대학은 고등학교에서 3년 동안 AI 디지털 교과서로 학습한 첫 세대를 신입생으로 맞이하게 된다. 그 때까지 대학이 AI가 통합된 교육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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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섭형(한림대 소프트웨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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