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만성질환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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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관리자
- 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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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보건·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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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에 관찰 예능이 증가하면서 예상치 못한 유행이 생겨났다. 연령대와 무관하게 출연진들이 자기 관리라는 이유로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이것이 전국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종류도 유산균부터 뇌 영양제, 비타민, 한약까지 다양하고, 출연자의 일정이 많고 바쁠수록 꼭 챙겨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예인의 SNS에는 방송에서 그 연예인이 먹었던 것을 따라서 구매했다는 글이 수천 개씩 달린다. 건강기능식품 섭취가 건강 관리의 주요 방법이 되어가고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건강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증가하면서 인터넷 검색이 늘고 온라인이나 TV 홈쇼핑을 통한 건강기능식품 구매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노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65세 이상 노인이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하는 방법 역시 TV 홈쇼핑이 1위이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진단받고 나면 합병증 발생에 대한 걱정 등으로 TV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건강 정보를 더욱 적극적으로 찾아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고혈압 약 대신 빠르고 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광고와 고혈압 약이 내성이 생긴다거나 오래 복용하면 신장이 나빠진다는 잘못된 이야기를 쉽게 접하게 된다. 의사는 처방 약을 꾸준하게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 환자는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우리나라는 환자가 특정한 동네의원에 등록하여 꾸준하게 다니는 시스템이 아니다 보니 염려되고 의문이 드는 내용을 물어볼 전문가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 결국 대부분은 TV 닥터나 유튜브 채널에서 정보를 얻고 가까운 지인들과 상의하여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 만성질환에 대한 전문가의 판단은 배제되고 단편적인 지식과 경험에 의해 자신의 건강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우리나라 만성질환 관리는 어느 정도로 되고 있을까?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병을 살펴보자. 2020년 기준 70세 이상 고혈압 유병률은 여성은 69.6%, 남성은 59.3%이며, 여성에 비해 남성은 30대부터 고혈압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매년 고혈압 환자 수는 빠르게 늘어나 지난 2007년 708만 명에서 2021년 1,374만 명이 되었다. 14년이 지나는 동안 국내 고혈압 환자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고혈압 조절률은 어떨까? 고혈압을 진단받고 혈압약을 복용 중인 환자의 약 50%만이 자신의 혈압을 정상 범위에서 조절하고 있다. 당뇨병에서 혈당 조절률은 이보다 더 낮다. 만성질환으로 우울증상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고 나아가 우리나라 10대 사망 원인의 8가지가 만성질환이며 고혈압과 당뇨병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진료비 지출 현황도 좋지 않다. 만성질환 진료비는 2020년 71조 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85.0%를 차지하였다. 시민들이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비용을 지출하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는 잘되고 있지 않다.
최근 유행했던 드라마 ‘오징어 게임’ 주인공의 어머니도 당뇨병 합병증으로 발이 썩어가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당뇨발은 예방이 가능한 합병증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없고 오히려 그럴 수도 있다고 받아들인다. 이것이 더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만성질환 관리의 좋은 사례
만성질환은 위험인자가 비교적 많이 밝혀졌다. 따라서 위험인자를 미리 잘 관리하면 진단을 받지 않거나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그리고 진단을 받게 되더라도 합병증 없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조절하며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다만 완치가 아니라 평생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관리 방법은 처방받은 약물복용과 건강한 생활 습관의 실천 즉, 적절한 운동과 신체활동, 식이요법, 스트레스 관리, 금연과 절주 등이다. 이것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의 상황에 맞게 맞춤형으로 꼼꼼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만성질환 관리가 비교적 잘되는 선진국에서는 고혈압 또는 당뇨병 유병률이 높은 연령대가 되면 만성질환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제공하고 처음 만성질환을 진단받게 되면 이 환자를 담당하는 다직종 관리 팀이 구성된다. 먼저 간호사 또는 의사가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질병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사례를 환자에게 제공한다. 환자는 자신의 생활 습관을 돌아보고 교정해야 하는 습관들을 파악하여 이를 실천할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한다. 의료진은 이 과정을 지지하며 필요시 약사, 영양사, 운동처방사 등과 연계하여 환자가 세운 건강생활 습관 교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환자만의 고유한 지원팀이 형성되는 것이다. 환자의 혈압이나 혈당 수치는 디지털 방식으로 주기적으로 측정되어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AI 알고리즘에 의해 의료진의 확인이 필요한 경우 의료진과 환자에게 알람이 울린다. 나아가 환자의 만성질환 관리는 집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직장과 여가 활동 중에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저염식 메뉴가 제공되어야 하고 점심 식사 후 간단한 산책을 하거나 트레드밀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만성질환을 진단받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구축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회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함께하는 만성질환 관리
만성질환 관리는 시민이 자신의 질환과 관리 방법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형성하여 일상생활에서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담당 의사가 처방한 약을 복용해야 하고 건강기능식품 섭취는 환자와 환자를 담당하는 다직종 팀과 충분히 상의하여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이 생활하는 집, 직장, 동네 그리고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이 변화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보건의료 시스템은 지금까지 응급 의료 중심으로 설계되고 발전하여 만성질환 관리처럼 다직종 팀이 한 환자를 꾸준하게 관리하는 환자중심 다직종 일차의료는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에 대응할 일차의료 시스템 정착이 시급하게 된 것이다. 일차의료는 시민이 건강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찾아가는 곳으로 국외에서는 주로 동네의원, 간호사 클리닉, 보건소 등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가정의사, 일차의료 간호사, 가정전문간호사나 노인전문간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이외 운동이나 재활 상담이 필요한 경우 운동 또는 재활 처방사, 식이요법은 영양사, 복용하는 약물과 건강기능식품 상담은 약사가 연계된다. 약물과 건강기능식품의 상호작용, 부작용과 역작용 등은 노인에게 특히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일차의료는 대부분 의사 단독 개원의 사설 의료기관이 다수를 차지하며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과 등 전문의 개원이 일반적이다. 만성질환 관리는 약물처방이 주를 이루나 소수의 의원에서 만성질환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의사와 간호사가 한정된 여건 속에서도 환자 교육과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의료사회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환자중심 다직종 일차의료를 시도하고 있으나 전국에 30여곳 미만이 운영 중이다. 소결하면 한국 상황을 고려한 성공적인 만성질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시기이며 이는 교육과 의료시스템, 지역사회 공동체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민관산학연’을 통한 성공적인 만성질환관리
성공적인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우리 사회의 대응을 위해 ‘민관산학연’을 통한 정책, 교육, 연구의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복지부 내 만성질환국(가칭) 등 콘트롤 타워를 세우고 만성질환과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장단기 계획을 수립하여 예산을 확보하고 꾸준한 원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교육기관은 보건-복지-디지털 융합전문단을 구성하여 지방자치단체, 지역 내 의료기관과 협력하고 지역의 니즈(needs) 파악, 맞춤형 인재 양성, 융합연구 진행, 지역사회 특화된 교육 제공과 피드백 반영의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TV나 온라인에 만연하는 만성질환 관리 콘텐츠를 정리하고 관리하여 양질의 제품이 보급되는 선순환을 주도해야 한다. 의료기관은 특히 일차의료 역할 정립과 역량을 강화하여 환자의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지원하며 합병증 발생 등 위기 상황 발생 시 중소병원이나 종합병원에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전환기 돌봄이 원활하게 작동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도 구축되어야 한다. 이 모든 일은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되어야 하고 만성질환 관리뿐 아니라 예방으로 그 범위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함께 내딛는 걸음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으로 활기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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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수(한림대 간호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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