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돈 시대의 한중관계, 기회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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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관리자
- 2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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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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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의 11년 만의 방한과 이재명 대통령의 답방이 이어지면서 단단히 얼어붙었던 한중관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었다. 2026년 1월 5일 베이징 한중정상회담은 관계 발전을 위한 일반적 원칙의 천명에 그치지 않고 교류와 협력을 가로막은 장애를 해소할 계기를 만들었다. 1월 하순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 내에 설치한 구조물 중 일부를 철수시킨 것이 한중관계에 새로운 모멘텀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한중관계의 미래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한중관계 앞에 놓은 기회와 위험 모두를 냉철하게 분별하면서 발전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
실용적 한중협력을 위한 공간의 형성
최근 한중관계의 변화는 복원이라는 단어로 설명된다. 악화되었던 양국관계가 다시 협력을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로는 무난하지만, 현재와 미래의 한중관계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복원은 과거에 존재했었던 정상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인식이 있을 때 사용하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한중관계의 정상상태인가를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 한중관계의 변화는 다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단계는 양국의 건국부터 1992년 수교까지의 기간이다. 한국전쟁에서 교전 상대국이었고, 수교에 이르기까지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관계였다. 둘째 단계는 수교부터 2016년 사드 사태 발생까지이다. 셋째 단계는 사드 사태부터 최근까지의 시기이다. 이중 둘째 단계가 한중관계의 정상상태에 가까울 것이다.
이 시기 양자관계에서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등 전방위로 협력이 확대되고, 이 협력은 모두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경제 영역에서 한국은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이러한 중간재를 사용해 제조한 상품을 미국 등의 시장으로 수출하는 분업 구조가 형성되었다. 한국은 대중 교역에서 1993년 이후 30년 동안 무역흑자를 기록했으며, 2006년에는 약 630억 달러에 달했다. 홍콩과의 교역을 합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중국은 미국 등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적 왕래도 활발했고 양국의 상호 인식도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중국은 1990년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한류의 비교적 이른 사례이었다. 정치 차원에서 정상회담 등 고위급 교류도 꾸준히 확대되었다.
이 시기 한중관계에 긍정적 측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동북공정부터 역사·문화 갈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북한 문제, 미국 문제 등의 제3자와의 문제도 양국 관계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고, 안보 및 군사 협력은 한계가 있었다. 다만 이 시기 한중관계의 기본 체력이 강했고 미중관계가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했기 때문에 이러한 요인이 한중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2016년 사드 사태를 계기로 사태가 일변했다. 양국 국민 사이의 정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미중 전략경쟁이 시작되면서 한미동맹의 한중관계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 복원을 위한 시도는 사드 갈등의 영향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더해지면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대중 억제와 포위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대외전략을 추구하면서 한중관계는 수교 이후 가장 악화되었다. 2023년 4월 19일 미국 방문을 앞두고 진행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타이완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에 대한 원칙적 언급도 생략한 채,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 “(이 문제는) 북한 문제처럼 지역 차원을 넘어선 세계적 문제”라고 발언한 것은 한중관계를 큰 위기에 몰아넣었다.
대내외 환경이 크게 변화한 상황에서 과거의 한중관계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한중관계가 둘째 단계처럼 경제, 사회, 문화, 정치적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3자 문제의 양자관계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협력해 간다면 한중관계가 복원 과정에 들어설 것이다.
실용적 한중협력을 위한 공간의 형성
이러한 변화는 어느 일방의 의지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변화로 한중협력의 공간이 확대되고 있다.
첫째, 외부 환경의 변화이다. 미중 전략경쟁은 장기 추세이지만, 경쟁 양상이 다소 변화하고 있다. 2020년 이후 미국이 전면적 대중 공세에 나서며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되었다. 첨단 반도체 공정 관련 기술의 대중 공급을 차단했고, 동맹국들과 대중 봉쇄에 나섰고,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에 대한 공격 강도를 높였다. 중국도 상응조치를 취했지만 전체적으로 미국이 전략경쟁을 주도했다.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 내에서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었다.
2025년에 상황이 크게 변했다.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에 대해 145%에 이르는 관세인상 카드를 사용하고 기술 제재도 강화했으나, 중국은 수출 다변화 등으로 고강도 경제 갈등을 견디고 희토류 수출 통제로 미국에 상당한 출혈을 강요했다. 대중 기술 제재는 중국의 기술 자립과 굴기를 촉진하는 양상도 출현했다. 이에 트럼프는 2025년 하반기부터 직접적 충돌을 피하고 협상으로 미중관계 관리에 나섰다. 그 결과가 10월 하순 말레이시아 미중 경제무역협상의 진전과 10월 30일 부산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이었다. 미국은 2026년 4월 방중으로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의 경쟁에서 대등한 위치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트럼프의 주된 관심은 서반구, 유럽, 중동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미중 전략경쟁의 한중관계에 대한 압박도 상당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한국과 중국의 양자관계에 대한 태도도 변화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향하던 중의 기자간담회(2025. 8. 24.)에서 “한·미·일 안보, 경제 협력이 당연히 중요하다. 그렇다고 중국과 절연할 거냐 ······ 절연하고 살 수 있느냐”, “(중국과) 절연 안 하는 걸 친중이라고 한다면 그런 의미의 친중이라면 해야 한다”라며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1월 방중을 앞두고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윤석열 정부의 미국 편승 전략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고려해도 과도한 것이었고, 그것이 중국과 같이 G2의 위치에 오른 인접 국가와의 갈등을 증가시키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국내의 혐중현상이 이성적 태도가 아니라 극우의 정치적 기획의 일환이었다는 점도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의 정책 조정은 상식적인 결정이다. 이미 1월 중에만 아일랜드, 핀란드, 캐나다, 영국 총리 등이 연이어 중국을 방문해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섰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문제는 중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에 있었다. 이재명 정부는 한중관계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표명하는 것과 함께 한미동맹이 한국 외교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핵잠수함 건조 관련 한미합의가 민감한 의제로 등장했다. 중국 내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말로는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행동에서는 기존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불만도 표출되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에 적극 협력하고, 어려운 문제를 뒤로 남겨 놓고 우선 가능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가는 한중관계 복원 방향에 호응했다. 첫 가시적 성과가 앞에서 언급한 서해 구조물의 철수이다. 그 중요한 이유는 중국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과 주요 국가들의 관계를 불안정해지게 하는 상황에서 작은 차이보다는 협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대외관계를 풀어가고자 하는 데에 있다. 한국도 중국에게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교역국이고, 한국도 미국에 이어 중국의 제2의 교역국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 사드 등 과거 문제에 집착해 한중관계를 개선하고 중국에게 우호적 외교 환경을 조성해 갈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는 내부 평가도 태도 변화의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현재 안보 면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하고, 양국의 실질적 이익이 되는 분야에서의 협력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한중협력을 추진할 수 있
는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중관계의 복원이란?
그러나 경제 영역에서 경쟁적 측면이 증가하는 등 한중관계의 기초체력은 과거에 비해 약화되었다. 그리고 복원 과정을 한순간에 중지시킬 수 있는 불안 요인들이 남아 있다. 한중관계가 과거 좋았던 시절로 그대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이다. 가장 큰 불안요인은 역시 미중 전략경쟁이다. 2025년 12월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이 중국을 위협이나 도전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중관계 안정에 긍정적이지만. 타이완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미국에게 유리한 세력균형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은 미중관계에 큰 불안 요인이다. 현재는 전자의 측면이 더 주요한 흐름이지만, 언제든지 후자가 미중 갈등의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 우리에게 더 큰 문제는 미국이 자신에게 유리한 세력균형 유지를 위해 한국 등 동맹국의 기여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경우 잠재적으로 타이완 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분쟁에 한국이 개입하는, 그리고 중국과 직접 대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한중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또 다른 위험 요소는 상호 인식 문제이다. 양국은 현재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두 국가이다. 두 국가에서 크든 작든 우월주의적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 중국의 ‘대국’정체성과 한국의 ‘선진’정체성이 충돌하면 양국 관계의 불안정성이 증가할 것이다. 중국이 한국을 일종의 모델로 생각하고, 한국이 중국의 부상에 포용적 태도를 가질 수 있었던 과거의 상황과 다르다. 유럽외교협회(ECFR)가 2025년 11월 21개 주요 국가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을 적대 혹은 경쟁 국가로 인식하는 비율이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높았다(각각 24%와 27%). 그러나 정서와 인식은 변화할 수 있다. 퓨리서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소득국가들에서 중국을 우호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2022년 22%의 최저를 기록한 이후 2025년 32%까지 증가했고, 미국의 경우 2021년 63%를 기록한 후 2025년 35%로 하락했다. 그리고 대국정체성이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 태도와, 선진정체성은 국제사회에서의 건설적 역할에 대한 책임감과 각각 양립할 수 있다.
한중관계는 이제 얽힌 실타래를 막 풀기 시작했다. 현재 협력 추세를 유지해 가기 위해서는 위험 요인의 해결을 위한, 즉 복원을 넘어서는 상상력도 필요하다.
이남주(성공회대 인문융합콘텐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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