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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에 즈음한 일본의 언론과 여론 ― 50주년과의 비교를 포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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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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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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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이 체결되고, 양국의 국교가 수립된 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최근 양국 간의 인적 왕래는 더욱 확대되고,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과 호감도도 증가하고 있으나, 국교정상화 60주년 자체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이나 느낌이 뚜렷한 형태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본의 대표적 신문들은 한일협정이 조인된 6월에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관한 사설을 실었고,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은 이 문제에 대한 여론조사도 실시했다. 이들 사설의 논조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해석의 경향을 검토하고, 10년 전인 50주년 때의 논조와도 대비해 보고자 한다.

여기서 다루는 일본 신문은 요미우리신문(이하 약칭 요미우리), 아사히신문(아사히), 마이니치신문(마이니치),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4개 신문이다. 일반적으로 요미우리와 닛케이, 또 아사히와 마이니치의 입장은 각각 일정한 공통점이 있다. 요미우리는 일본 최대 발행 부수의 상업지이며, 일본 정치의 기득권층인 전통적 보수세력과 공진(共振)하는 논조를 지닌다. 이에 비해 경제전문지인 닛케이는 보수적이기는 하지만 신자유주의적 성격이 더 선명하며, 실용주의적 논조를 띤다고 이야기된다. 보수 계열의 이 두 신문에 비해, 아사히와 마이니치는 리버럴한 성향이 더 강한 신문으로 간주된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에 관해서 보수 계열의 요미우리, 닛케이와 리버럴 계열의 아사히, 마이니치의 논조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지만, 어느 신문의 사설에서나 근년의 한일 간 인적 왕래의 양적 확대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상호 관심 증대에 대해 긍정적인 경향으로 언급하고 있는 점은 공통된다. 다만 그와 동시에 흥미로운 것은, 요미우리와 닛케이, 아사히와 마이니치의 사설의 논조 간에도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보인다는 점이다.

리버럴 계열부터 보자. 아사히의 이해와 노력, 함께 쌓아 올리는 미래(622)와 마이니치의 관계 심화를 위해 행동할 때다(629), 두 사설에 공통되는 견해는, 60년간의 한일관계에는 '부침(浮沈)'(, 관계가 호전되었을 때와 악화된 때)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침'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아사히와 마이니치가 다르다. 아사히는 '부침'을 현대사 속에서 주어진 경위로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이를 거쳐 "교류는 깊어지고 서로의 존재가 일상에 침투했다"라는 밝은 귀결로 이끈다. 나아가 아사히가 내세우는 한일관계의 향후 과제는 "과거의 축적 위에 이루어진 이웃(한국)의 현재를 더 잘 아는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으로, "앞날을 여는 초석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경의, 이해와 공감"이다. 아사히는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이어야 함을 인정하면서도 '미래지향'이란 "과거를 몰라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제시하고 '미래지향''과거의 직시'를 양립시킬 수 있는 이념적 기반을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한일 공동선언에서 찾는다.

한편 마이니치는 한일관계가 거쳐 온 '부침' 자체를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한일관계가 더 이상 극심한 '부침'을 동반하지 않도록 안정화시킬 방안을 고민할 시기를 맞고 있다"라는 것이다. 과거의 경위를 되돌아보면서 현재의 국제정세에도 주의를 촉구하고, 사설의 말미 부분에서는 "역사인식의 차이가 대립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양국관계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라고 제언한다. 아사히의 경우 '과거' '역사''직시'해야 하는 것이었던 반면, 마이니치의 경우는 '역사인식'은 정치·외교적 관계를 통해서 '관리'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 마이니치의 사설도 한일 공동선언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그에 이어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자, 양국 관계는 '수교 이래 최악'이라고 평가되는 상황에 빠졌다"라며 정세가 암전(暗轉)되었음을 지적한다. 마이니치는, 한일 공동선언의 현재적 의의에 대해 아사히만큼 명확하게 평가하지는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 보수 신문 쪽은 어떨가? 한일 수교 60주년에 관한 요미우리, 닛케이의 논조는 대체로, 아사히, 마이니치에 비해 좋게 말하면 더 절박하고 열띈 입장이며, 나쁘게 말하면 조급하다. 요미우리의 협력관계를 되돌리지 말라(620),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동북아의 안보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영향으로 자유무역체제도 기로에 서 있다. 안보와 경제정책 면에서 한일 양국은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할 만하다. 양국 관계가 또다시 악화되는 일이 생긴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이웃 나라 간에 연계를 심화시켜 나갈 필요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 사설이 가장 말하고 싶은 내용은 실질적으로 첫머리에 다 나와 있다. 그 후의 윤석열 전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에 대한 평가, '양국의 인적 왕래''양국민의 상호 이해'에 대한 언급은 부가적 내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미우리는 후술하는 한국일보사와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젊은 세대의 상호 이해 깊어졌 다(626)라는 제목의 사설도 낸 바 있다. 이 사설 역시, 정치와 역사를 둘러싼 한일관계의 좌절이 거듭됨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차원에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개선의 흐름이 꾸준히 정착되고 있다"라고 강조하고, 여론조사를 토대로 "한미일 3국 간의 안전보장 협력에 대한 이해가 양국에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라고 강조했다. 요미우리는 특히 안전보장에 관한 한일 제휴의 강화에 논조의 역점을 두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일관계에 대한 닛케이의 논조는 어떤 의미에서는 요미우리보다 한층 더 '적극적'이다. 한일관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시대다(622)에서는 "복잡한 역사를 안고 있는 이웃나라 관계는 곡절을 거치면서 비약의 호기를 맞고 있다"라고 한다. 닛케이에 있어서 한일 간의 '협조'는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요건인 것이다.

"국제사회의 분단으로 훼손된 자유롭고 열린 통상 룰을 되찾을 때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기반을 가진 양국은 글로벌한 무대에서 손을 잡을 여지가 충분히 있다"라는 것이 닛케이가 그리는 비전이다. 다만, 그 실현을 위해서는 "역사 문제의 비중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조건이 있다. 닛케이는 그 몇 주 전 이재명 정부 출범 때도 이 대통령은 한일정상화 행보를 늦추지 말라(65)라는 사설을 실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복의 정치를 끊어야", "정국에 얽매일 여유가 없을 터이다"라고 직언(?)하는 이 사설의 초점도 다음과 같이 한일의 '외부'로 향한다.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거듭하면서 지역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의 공급망 및 에너지·식료 안보 면에서도 한일 양국은 공통의 고민을 안고 있다. 미국에 의해 흔들리는 자유무역이나, 미군 주둔 비용 문제를 비롯해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여지는 크다." 닛케이의 논조에서 한일 간에 '필수'적인 협력(협조)은 명백하게 군사·안전 보장과 '자유무역'의 접점에 자리매김된다. 한일 역사인식 문제는 이런 구도에서는 이제 외재적 요인일 뿐이다. "역사인식을 둘러싸고, 양 정부 모두 쓸데없이 현안을 재점화시키지 않는 정중한 관리가 중요하다"라는 제안이 여기서도 이루어지며, '역사인식''관리'라는 어젠다를 향해서, 리버럴 계열의 마이니치와 보수 계열의 닛케이의 논조가 수렴된다. 또한 이상의 요미우리, 닛케이의 4편의 사설은 아사히, 마이니치의 사설과는 달리 한일 공동선언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수교 60주년을 맞아 요미우리와 한국일보사, 아사히와 동아일보사가 제각기 공동으로 실시한 한일 양국의 여론조사 결과도 살펴보자(이하 '요미우리·한국 조사', '아사히·동아 조사'로 표기함). 기이하게도 '아사히·동아 조사'에 관한 아사히의 소개 기사는 "일본과 한국이 국교를 정상화한 지 60년이 되는 해를 계기로"라고 설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조사에는 한일 수교 60주년에 관한 직접적인 질문 항목 자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요미우리·한국 조사'에는 "일본과 한국은 올해로 수교 60주년을 맞이합니다. 일본과 한국은 전체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왔다고 생각합니까, 생각하지 않습니까?"와 같이 이에 해당하는 질문이 있다. 이 질문에 대한 일본 측의 회답은 ('우호적인 관계를 쌓아 왔다'라고) '생각한다'47%, '생각하지 않는다'45%로 양분된 분포를 보인다. (한국 측의 회답도 '생각한다' 41%, '생각하지 않는다' 52%로 비슷한 경향이 보인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입장도 있겠지만), 연령대별로 일본 측의 '생각한다' 응답의 비율을 살펴보면, 18~39세에서 55%, 40~59세에서 48%, 60세 이상은 40%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아진다. (한국에서도 같은 방향의 연령대별 차이가 일본보다 현저하게 나타난다.) , '수교 60'을 더 오래 경험해온 윗세대는 한일 양국이 '전체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쌓아 왔다'라는 항목에 대해 상대적으로 회의적인 데 반해, 직접적인 경험상 최근의 기억만 가지고 있는 젊은 세대의 경우는 한일 양국이 '전체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왔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대 간의 인식 격차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요미우리는 조사에 관한 625일의 해설 기사에서는 연령대별 집계 결과의 그래프만을 제시하고, 연령대별 차이에 관한 언급이나 분석을 하지 않았다. '요미우리·한국 조사'에 관한 요미우리의 기사에서는 최근 한일 양국에서 한일 관계가 '좋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상승했고, '상대국에 친근함'을 느끼는 층도 양국에서 40%를 넘었다는 점이 강조되었고, '아사히·동아' 조사에 관한 아사히 기사는 2015년 조사에 비해 한일 양국 관계가 '잘 되고 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의 비율이 증가했지만,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포함한 과거사 문제는 이미 매듭지어졌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일본에서 46%에 달하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17%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기사에서 강조된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보도하는 스스로의 프레임을 자각하고, 이를 더욱 심화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2015년의 국교 50주년과 올해 60주년에 관한 각 신문의 논조에 큰 변화가 있다는 점에도 주의를 촉구하고자 한다. 2015년의 일본은, '전후 정치의 총결산'을 내건 제2차 아베 신조 정권 시절이었다. 그해 9월 아베 정권은 안전보장 관련 법의 날치기 처리로 치닫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박근혜 정권이 한일 정상회담 개최의 조건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꼽으면서, 양국 관계는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었다. 20156월의 각 신문의 한일 관계 사설을 보면, 보수 계열, 리버럴 계열을 막론하고, "근년은 정체된 양국 관계의 재구축"(요미우리, '역사'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자, 622), "양국 간에는 역사 문제를 둘러싼 뿌리 깊은 골이 있다"(닛케이, 한일은 관계 개선의 노력 계속하자, 623),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 감정적 대립이 여기까지 깊어진 이상, 양국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바로 발견하는 것은 곤란할 것이다"(마이니치, '차이'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622), "올 여름의 아베 수상의 전후 70년 담화가 새로운 대립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할 필요", "한국 측도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국내에서의 설득이 중요"(아사히, 한일수교 50, 관계 개선의 흐름을 더 빠르게, 623) 등과 같이, 양국관계의 전망보다 폐색감과 경계감 쪽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당면한 정세인식과 그에 관한 분석 내용 이상으로 두려운 것은 언론과 여론이 "10년 전과는 정세가 달라져 지난 10년간 한일관계는 더 좋아졌다"라는 현상 추인의 판단정지에 빠져 버리는 점일 것이다. 지난 60년간의 한일관계를 총체적으로 다시 파악하고,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그 근저에 존재하는 문제를 파악해 내는 통찰력이 더더욱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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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타 히로시(일본 메이지대학교 심리사회학과 교수)